58억 사기극, 건물주 딸 가스라이팅…악마 부부의 5년 만행
사건의 시작: 우연한 만남, 깊어지는 신뢰
서울 용산구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던 송모 씨는 한 번에 수백만 원어치 옷을 구매하던 손님 A씨와 가까워졌다. A씨는 서울 등지에 건물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던 재력가였다. 단골이 된 A씨는 2017년쯤 송씨에게 자신의 딸 김모 씨를 소개해줬고, 송씨와 김씨는 ‘언니 동생’ 하며 금방 가까워졌다.
가출 딸을 이용한 치밀한 사기극의 시작
2018년 12월 어느 날, 김씨는 어머니 A씨와 크게 다투고 가출을 했다. 딸이 걱정됐던 A씨는 송씨에게 연락해 “딸이 오피스텔을 구할 때까지 너희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 달쯤 뒤 송씨는 “김씨가 허름한 고시원에서 살고 있어 우리 집으로 데려왔는데 김씨가 생활비를 많이 써서 카드가 연체됐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큰일 나니 빨리 돈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데도 돈이 많이 드니 돈을 보내라”고 했다. A씨는 곧장 550만원을 송금했다.
5년간 이어진 58억 사기 행각
이때부터 송씨의 사기극은 5년 5개월 동안 계속됐다. 송씨는 거의 매일 A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김씨의 소식을 전했다. “딸이 로스쿨에 진학해 검사가 됐다” “사채를 갚지 못해 장애인이 됐다”는 등 갖가지 거짓말로 돈을 요구했다. 송씨는 2024년 6월까지 무려 284차례에 걸쳐 A씨에게 58억2335만원을 뜯어냈다.
남편의 가담과 더욱 대담해진 범행 수법
송씨의 범행은 갈수록 대담해졌다. 2020년 4월 결혼한 남편 조모 씨도 범행에 가담했다. 부부는 김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인 척, 음성 변조 앱으로 목소리를 바꿔 A씨를 협박했다. “당신 딸이 빌린 사채를 갚지 않으면 딸의 다리가 잘리게 생겼다. 건물을 팔아서라도 돈을 보내라”고 했다. A씨가 건물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자 “건물을 담보로 돈을 빌릴 테니 등기부 등본과 인감 증명서를 달라”고 했다. 송씨 남편은 퀵서비스 기사로 변장해 A씨 집을 찾아가 부동산 등기 서류를 빼돌렸다.
가스라이팅과 모녀의 단절
모녀 사이를 단절시킨 채 범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가스라이팅’ 때문이었다. 송씨는 김씨에게 “무당이 어머니와 당신은 절대 만나면 안 된다 했다” “너희 어머니가 나한테 돈을 빌려서 안 갚는다” 등의 거짓말을 하며 그를 붙잡아뒀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채 의지할 곳이 없었던 김씨는 자신의 월급과 퇴직금까지 몽땅 송씨에게 갖다줬다.
사건의 전말: 드러난 진실과 법정 공방
2024년 8월 김씨는 어머니의 재산 관련 서류를 빼내려고 몰래 집에 들어가 에르메스 수첩 1개, 100달러 지폐, 인감 증명서 등을 훔쳤다가 덜미를 잡혔고, 결국 송씨 부부의 범행까지 드러났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씨는 1심에서 징역 6년을 받았고, 남편 조씨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김씨는 어머니 집에서 물건을 훔친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결과: 감형과 법정 구속
지난 13일, 세 사람의 2심 재판이 열렸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는 송씨가 피해금 36억원을 변제한 점을 고려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남편 조씨에겐 1심 무죄를 뒤집고 징역 2년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송씨 부부에 대해 “집 나간 딸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용해 막대한 금액을 편취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고, 딸 김씨에 대해선 “송씨가 거짓말로 어머니에게 돈을 받아내는 걸 알면서도 집안 정보를 계속 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악마 부부의 58억 사기극, 가스라이팅으로 무너진 가족
5년간의 치밀한 사기 행각과 가스라이팅으로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끈 악마 부부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재판 결과는 나왔지만, 씻을 수 없는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송씨 부부는 어떻게 피해자를 속였나요?
A.송씨 부부는 가출한 딸을 돕는 척하며, 딸의 로스쿨 진학, 사채 빚, 사고 등을 핑계로 지속적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남편은 사채업자로 위장해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Q.김씨는 왜 송씨에게 의존하게 되었나요?
A.송씨는 김씨에게 어머니와의 관계를 끊도록 가스라이팅을 했습니다. 무당의 말을 인용하며 모녀의 만남을 방해하고, 어머니가 돈을 빌려 갚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김씨를 속였습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의지할 곳 없이 송씨에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Q.2심 재판 결과는 무엇인가요?
A.송씨는 징역 5년으로 감형되었지만, 남편 조씨는 1심 무죄를 깨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딸 김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