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논쟁: 택배 기사 vs 소비자, 엇갈린 시선 속 숨겨진 진실
새벽 배송 제한 논란의 시작
국내 e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새벽 배송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성현(가명·31)씨는 6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의 ‘새벽 배송(0~5시) 제한’ 주장을 접한 뒤 이같이 토로했다. 박씨는 심부전 증상을 앓고 있는 아버지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낮에는 편의점에서, 밤에는 택배 기사로 일하는 ‘투잡러’다. 그는 “새벽 배송 현장을 나가보면 저와 같이 힘든 사연을 가진 사람이 많다”며 “병원비 때문에 빚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삶을 책임져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일자리를 없애려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의 새벽 배송 제한 주장 배경
지난 5일과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 참여해 “0~5시 사이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자”는 방안을 제안·논의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새벽 배송은 2014년 도입됐고, 올해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에 달한다. 새벽 배송이란 주문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물건을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새벽 배송을 시행 중인 쿠팡·SSG닷컴·오아시스마켓·컬리 등을 모두 합해 약 2000만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38%가 이용한다.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방지, 그 이면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는 주장은 “야간 노동 때문에 발생하는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를 방지해야 한다”(민주노총)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28일 숨진 쿠팡 CLS 대리점 배송기사 고(故) 정슬기(41)씨 사례가 근거다. 정씨는 당시 배송 기사로 일한 지 14개월 째, 오후 8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지속하던 도중 숨졌다. 사인(死因)은 과로사의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심실세동 및 심근경색 의증이었다. 유족은 원청인 쿠팡 CLS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택배 기사들의 반발과 다양한 시각
반면 실제 택배 기사들의 반론도 거세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가 지난 3일 2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약 93%가 새벽 배송 금지에 반대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노총 조합원 A씨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렸던 정효원씨 사례만 보더라도 ‘과로’ 자체가 문제인 것이지, ‘특정 시간대’ 노동을 금지하는 것은 초점이 어긋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슬기 택배기사 비노조연합 대표도 “야간 노동이 2급 발암 물질이라고는 하지만, WHO는 자외선도 1급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다”며 “이렇게 따지면 야외 활동도 모두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소비자 편익 저하에 대한 우려
업계는 새벽 배송 제한 시 소비자 편익 저하 등을 우려한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 4일 “새벽 배송이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영유아를 둔 부모, 환자 등 다양한 계층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거동이 불편한 암 환자인 60대 A씨는 “건강상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얼마 없어 새벽 배송 신선 식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배송이 금지되면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사러 다녀야 할 텐데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더브레인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9월 2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새벽 배송 중단 시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 같다”는 응답이 과반(64.1%)을 넘었다.

새벽 배송 논란의 또 다른 시각
일각에선 새벽 배송 논란의 이면에 “민주노총 등이 e커머스 업계를 길들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나온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일 한 e커머스 회사 내부 정례 회의에선 “특정 택배 회사에서 주간 업무를 하다가 노동자가 숨진 사례에 대해선 민주노총이 문제 삼지 않은 적도 있다”, “쿠팡 길들이기를 시작으로 유통 업계에 여러 제재안이 분출될 것 같으니 이에 대응하자”는 분석도 나왔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CJ대한통운 기사 3명이 사망한 것에 대해선 과로사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입장 변화와 쿠팡의 반박
논란이 이어지자 민주노총은 “새벽 배송 전면 금지를 주장하지 않았다”며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 배송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주간과 야간 배송을 각각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변경하면 일자리와 물량 감소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반면에 쿠팡 관계자는 “새벽 배송은 전국 거점 물류센터로 물품이 수송된 뒤 분류 작업을 거쳐야 오전 일찍 배송될 수 있는 구조”라며 “오전 5시 출근조만으로는 새벽 배송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사실상 새벽 배송을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새벽 배송 논쟁, 득과 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
새벽 배송 제한을 둘러싼 논쟁은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방지, 소비자 편익, 그리고 업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민주노총의 주장과 택배 기사들의 반발, 소비자들의 우려, 그리고 업계의 다양한 시각 속에서, 새벽 배송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주 묻는 질문
Q.새벽 배송 제한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요?
A.택배 기사들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 민주노총이 야간 노동 제한을 주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Q.새벽 배송이 제한될 경우, 소비자들은 어떤 불편을 겪을 수 있나요?
A.맞벌이 부부, 1인 가구, 환자 등 다양한 계층에서 새벽 배송을 통해 얻던 편리함이 사라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습니다.
Q.새벽 배송 제한에 대한 각 주체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A.민주노총은 야간 노동 제한을 주장하며, 택배 기사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입니다. 소비자들은 새벽 배송 중단 시 불편함을 우려하며, 업계는 소비자 편익 저하를 우려합니다.
